법어집 성림당 월산 대종사



시장에서 국수 한 그릇 사먹어 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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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2 작성일18-06-04 10:42 조회3,6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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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국수 한 그릇 사먹어 보았나


 


노사께서 법상에 올라 한참 양구하다가 게송을 읊으셨다.


 


蝸牛角上爭何事


石火光中寄此身


隨富隨貧且歡樂


不開口笑是痴人


달팽이 뿔 위에서 서로 다투고 있으니


부싯돌 불빛에 이 몸을 맡긴 꼴이네.


부자나 가난뱅이나 잠깐 즐길 뿐이니


크게 웃지 않으면 어리석은 사람이네.


 


대중에게 묻겠다.


어떤 것이 진정한 선()인가?


 


대중이 답이 없자 스스로 자대하셨다.


오늘은 남대문 시장에 가서 국수 한 그릇만 사먹고


내일은 동대문 시장에 가서 국수 한 그릇만 팔고 오라.


그러면 알리라.


!


 


옛날 조주스님이 남전스님한테 이런 것을 물었다.


“지유저인 하처거(知有底人 何處去)?


‘일대사(一大事)가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어디로 가느냐?’ 하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남전선사는 아주 무서운 대답을 했다.


“향산하작 일두수고우(向山下作 一頭水牯牛)!


‘산에서 내려가 한 마리의 검은 물소가 되리라’는 대답이다. 이 말을 듣고 조주스님은 이렇게 했다.


“친절하게 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니 남전화상이 또 이렇게 경책했다.


“작야삼경월도창(昨夜三更月到窓)


‘어제밤 삼경에 달이 창에 이르도록 공부를 했다’는 말씀이다.


 


그러면 이때 남전화상의 경지는 어떠한 것인지 알겠는가?


 


異類中行이니라.


생사윤회 속에 있는 중생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니라.


 


이는 참으로 큰 대자대비가 아니던가.


중은 어쨌든 죽으면 신도집에 가서 소로 태어나게 되어 있다. 공부를 못한 중은 시주밥만 축냈으니 그것을 갚으러 소로 태어난다. 그러나 공부를 잘한 중도 수고우(水 牛)로 태어난다. 이류중생(異類衆生) 속에 들어가 그들을 제도하기 위해서다. 하나는 끌려서 들어가는 것이요, 또 하나는 스스로 걸어서 들어가는 것이다. 그대들은 끌려서 들어가고자 하는가, 스스로 들어가고자 하는가? 그리고 들어가서는 어떻게 할 셈인가?


남전스님은 대도인이시라 그만두고 내가 그대들에게 간절히 이르노니 이렇게 하라.


 


如鳥飛空中


足跡不可得


마치 새가 하늘을 나는 것과 같이


자취를 찾아도 찾을 길 없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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