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어집 성림당 월산 대종사



뜰앞의 잣나무는 잘 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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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2 작성일18-06-04 10:47 조회3,7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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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앞의 잣나무는 잘 크고 있는가

 

노사께서 법상에 올라 대중에게 옛날 얘기를 들려 주셨다.

 

우리나라는 매년 4 5일을 식목일로 정해서 나무를 심는다. 그 덕분에 헐벗은 강산이 푸르러져서 이제는 어디를 가나 좋은 숲을 구경할 수 있으니 참 좋은 일이로다.

나는 매년 식목일이 되면 이 세상에서 나무를 가장 많이 심은 사람이 누구일까를 생각해보는데 아무래도 중국의 조주종심(趙州從 ) 선사가 아닌가 싶다. 선사가 나무를 심은 사연은 이렇다.

 

어느날 조주스님한테 어떤 학인이 찾아가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뜰앞의 잣나무니라.

 

여러분도 잘 아는 이 ‘정전백수자(庭前栢樹子)’ 화두는 고금을 통틀어 선문의 공부인이 한 그루씩 가슴에 심고 10년이고 20년이고 키우고 있으니 조주스님이야말로 고금을 통해 가장 나무를 많이 심은 사람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애석한 것은 옛날 조주스님이 심은 잣나무는 천년이 지났어도 잘 자라고 있는데, 우리 수좌들이 심은 잣나무는 10 20년밖에 안됐는데도 벌레가 먹거나 시들시들해서 잣나무 구실을 못하는 것이다. 이는 잣나무를 잘 키울 줄 몰라서 그런 것이니 오늘 내가 잣나무 키우는 법을 일러 주리라.

 

조주의 잣나무는 그냥 잣나무가 아니다. 종자가 아주 귀한 것이여서 여간해서는 바람에 쓰러지거나 벌레먹는 일이 없다. 그러나 이 잣나무는 이상한 버릇이 하나 있어서 나무 주인이 잠시만 눈을 팔거나 외출을 하면 금방 시들시들 해서 말라 죽는다. 그래서 이 나무를 키우려는 사람은 한시도 잣나무에서 눈을 떼거나 바람을 피우면 안된다. 그러므로 한 번 잣나무를 심으면 아예 늙어 죽을 때까지 잣나무 옆에서 살든가, 이사를 가더라도 반드시 파서 품 속에 담고 다녀야 한다. 그러면 이 잣나무는 언제나 푸르러서 죽는 일이 없고 맛있는 잣도 주렁주렁 열린다.

 

내가 알기로는 그대들도 선방 문고리를 잡는 그 순간부터 잣나무 묘목을 한 그루씩 받아서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잣나무가 시들지 않고 잘 크고 있는가? 잣은 제대로 열렸는가? 잣이 열렸으면 혼자만 까서 자시지 말고 다른 사람한테도 그 맛을 좀 보여줘라. 잣으로 술을 담그면 그 맛이 아주 일품이라는데 술이라도 담궈서 같이 나누어 먹으면 얼마나 즐겁겠는가?

그대들의 잣나무는 지금 어떤지 오늘 이 자리에다 꺼내 놓아보라. 어서 꺼내 놓으라.

대중들이 조용하자 노사께서 주장자를 높이 들었다 내리며 말씀하셨다.

 

月下栢樹無現影

달빛 아래 잣나무에 그림자가 나타나지 않도다.

 

이것이 나의 잣나무니라.

 

대중들도 그대들의 잣나무를 잘 키우라.

그 잣나무 한 그루만 잘 키우면 삼세에 걸쳐 의식주 걱정을 하지 않으리라.

 

月圓不逾望

日中爲之傾

庭前栢樹子

獨也四時靑

달은 둥글어도 보름을 넘지 못하고

해도 낮이 지나면 기우니라.

그런데 뜰앞의 잣나무는

사철 혼자 푸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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