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어집 성림당 월산 대종사



여우놀음을 곁눈질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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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2 작성일18-06-04 10:52 조회4,0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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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놀음을 곁눈질하지 말라

 

노사께서 법상에 올라 양구하다가 대중에게 물으셨다.

 

그대들은 천하의 절색이 미소를 짓고 분내를 풍기며 찾아와 안기면 어찌하려는가. 파계승처럼 여자를 안으려는가, 썩은 고목처럼 모른척 하려는가.

 

火中生蓮終不壞로다.

불 속에서 연꽃이 피니 시들지 않도다.

 

옛날 한 노파가 어떤 선객을 존경하여 정갈하고 조그마한 초막을 지어서 시봉을 했다. 이러기를 20년쯤 지나자 이 선객의 공부는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다. 해행견고(解行堅固)하여 좀처럼 경계에 흔들리지 않았다.

어느날 이 노파는 자기가 20년동안 시봉한 스님의 도가 어느 정도 찼는지 시험을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자기 딸을 예쁘게 화장을 시켜 스님의 방으로 들여보내며 한 번 안아보라고 했다. 딸은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선객을 안고 물었다.

“스님. 지금 경계가 어떠 합니까?

“고목의한암(枯木依寒岩)이니 삼동무난기(三冬無暖氣). 마른 나무가 찬바위에 기대니 겨울에 따뜻한 기운이 없는 것과 같도다.

마른 나무같은 그대가 찬 바위같은 나에게 기댔으니 어찌 따스한 정염이 일어나겠느냐는 대답이었다. 이 정도면 무아무심(無我無心)이라 할 만한 경계였다. 딸은 곧 집으로 돌아와 노파에게 스님의 공부가 보통이 아닌 것 같다며 사실대로 고했다. 그랬더니 노파는 오히려 부르르 화를 냈다.

“그런 사기꾼 같은 녀석에게 내가 20년 동안 공밥을 주었구나.

노파는 그 길로 암자로 올라가 불을 지르고 선객을 쫓아내고 말았다.

 

이 얘기는 예로부터 우리 선가에서 논란이 많았던 법문이다.

그 선객은 아주 훌륭한 대답을 했는데 노파는 어떤 안목을 갖추었길래 암자를 불지르고 만 것인가?

그대들은 어떤 대답을 해야 암자에서 쫓겨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老婆心爲賊過梯

淸淨沙門與女妻

今夜美人若約我

枯楊春老更生稊

노파심에서 도적에게 사다리를 건네주고

청정한 사문에게는 계집을 보내주었네.

오늘밤 미인이 나하고 약속을 한다면

바짝 마른 버드나무에서 새싹이 돋아나리.

 

노사께서 게송을 읊고 한참 대중을 둘러보시다가 한 마디 덧붙이셨다.

 

莫覓野狐所行하라.

여우들의 놀음을 곁눈질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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