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어집 성림당 월산 대종사



석가와 미륵도 오히려 노복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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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2 작성일18-06-04 10:37 조회3,5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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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와 미륵도 오히려 노복이니라

 

노사께서 법상에 올라 잠시 묵묵히 계시다가 주장자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고 말씀하셨다.

 

天地萬物 總在這裏

這個是甚

천지만물이 모두 이 속에 들어 있으니

이것이 무엇인고.

 

대중들이 아무 말이 없자 주장자를 세 번 치고 게송으로 자대하시다.

 

眼皮蓋盡三千界

鼻孔能藏百億身

눈꺼풀 하나로 삼천대천세계를 덮고

콧구멍에는 백억신을 담고 있구나

 

그러면 대중들에게 다시 묻겠노라. 눈꺼풀로 삼천대천세계를 덮고 콧구멍에 비로자나불의 천백억화신을 담고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겠는가. 어떤 사람이 돼야 이런 장한 일을 할 수 있겠는가.

 

白象行處絶狐踪이도다.

흰코끼리가 가는 곳에는 여우의 발걸음이 끊어지도다.

 

옛날 황벽(黃檗)선사 회상에 많은 대중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황벽이 누구인가. 당나라 때 백장 회해선사의 현지(玄旨)를 전해받은 총림의 호랑이라. 늘 청규에 따라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면서 공부인을 가르치던 어른이시다.

하루는 농사를 짓기 위해 대중운력에 나섰다. 화상이 맨 먼저 괭이를 들고 나서자 모든 대중이 호미와 괭이를 들고 따라 나섰다. 그대들도 알다시피 총림의 운력이란 목탁이 울리면 죽은 송장도 벌떡 일어나 함께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니 어떤 사람인들 빠질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이 날 운력에서는 맹랑한 일이 한 가지 생겼다. 운력을 나선 대중 가운데 한 사람이 아무런 연장도 들지 않고 맨 뒤에서 뒷짐을 하고 따라 오는 것이었다. 누가 감히 청규를 어기며 맨손으로 오는가 하고 돌아보았더니 그는 임제(臨濟)선사였다.

황벽화상이 임제선사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째서 아무 연장도 들지 않고 빈손으로 오는가?

“다른 사람이 이미 다 들고 갔습니다.

화상이 임제선사의 말을 듣고 들고 있던 괭이를 땅에다가 거꾸로 세워놓고 꾸짖었다.

“임제는 이리 오라. 이 괭이는 천하의 어떤 사람도 들지 못하고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누가 가져갔단 말인가.?

화상의 말씀에는 왜 일찍 나와 연장을 챙기지 않았느냐는 힐책의 뜻이 들어 있었다. 이 때 임제선사는 괭이를 잡고 있는 황벽선사의 손목을 잡더니 이렇게 아뢰었다.

“천하인들이 다 들지 못하는 것이지만 내 손아귀에 있습니다.

황벽화상은 임제선사의 행동이 아주 마음에 들었던지 이렇게 말씀하고는 방장실로 들어 갔습니다.

“오늘은 큰 인물이 하나 나타나 운력을 다해 마쳤으니 대중들은 모두 돌아가도록 하라.

 

그 날 운력은 이렇게 하여 잘 끝났거니와 이제 우리도 운력을 좀 해야 하겠다. 오늘 이 법당에 가득한 시회대중(時會大衆)은 어찌하여 모두 빈 손인가. 임제선사 흉내내지 말고 여러분의 답변은 어떤 것인가.

 

노사는 주장자를 세 번 치고 말씀하셨다.

 

釋迦彌勒도 猶是他奴니라

이 일에는 석가와 미륵도 오히려 노복에 지나지 않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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